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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여행기도 넓게 보면 리뷰니까 썰렁리뷰로 들어갑시다.

0. 쓰겠다는 마음이 있었고 쓸 글거리도 많았는데, 그 동안 이런 저런 사정을 핑계로 안 쓰고 있었네요. 더 늦어지면 일병 휴가를 나오고 나서야 쓸 것 같아서, 이렇게 뒤늦게나마 서둘러 키보드를 잡고 글을 씁니다. <-

아무튼, 부족하게나마 캄보디아 현지에서 있었던 별별 사연에 대해 조금 길게 썰을 풀도록 하겠습니다.



1. 혼돈과 활기가 넘치는, 그 땅의 이름은 프놈펜



- 방문 목적과 스케줄 사정상, 캄보디아에서 주로(아니 거의 붙박이로) 있었던 곳은 프놈펜이었습니다. 물론 여행 내내 프놈펜에만 짱박혔다가 온 건 아니지만, 그 외의 지역으로 둘러본 데라고는

   킬링필드(프놈펜에서 30분 거리)
   프놈펜 근교 빈민촌(프놈펜에서 30분 거리)
   프놈펜 근교의 무슬림 마을(프놈펜에서 1시간 거리)
 
... 덕분에 앙코르 와트라든가 프레아 비헤야 같은 곳은 들러볼 기회가 없었습니다;; (뭐 두 지역 다 며칠 안에 둘러보는 것도 힘들고 프레아 비헤야는 여행 위험지역이니 안 가는 게 낫지만...) 하지만, 그렇다고 심심하기만 한 여행은 아니었으니, 그것은 프놈펜의 구석구석을 잘 찾아보면 재미있는 것들이 많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프놈펜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구석이라면, 디자인 양식이 극과 극을 이루는 건물들이 어지럽다고 해도 좋을 정도로 마구 섞여 있는 모습입니다. 불교가 거의 국교화된 나라답게 학교 건물들을 비롯한 관공서들은 불교 양식인 경우가 많은데, 정작 주거 지역의 건물들은 거의 대부분이 키치적인 느낌이 나는 서양식 건물들인지라, 그 건물들이 한 자리에 있을 때는 제가 있는 곳이 프놈펜인지 아니면 이차원 공간인지가 헷갈릴 정도지요.

게다가 프놈펜이 최근에 대규모 공사를 벌이고 있는 탓에, 여기저기 공사 현장들이 눈에 띄는데, 이 모습들까지 합쳐지면 프놈펜의 풍경은 정말로 재미있어집니다. 위에 제목을 달아둔 것처럼, 혼돈과 활기로 넘치는 땅이 되는 셈이죠.

- 두 번째로 눈에 띄는 구석이라면, 이 곳의 신호등 표시쳬계가 꽤나 재미있다는 점입니다. 횡단보도 신호등이 남은 시간을 표시해 주는 건 한국이랑 비슷하지만, 이 곳의 신호등 맨은 파란 불이 줄어들면서 점점 빠르게 뛰어들다가 막판에는 축지법을 시전하는 작은 유머를 보여줍니다. 그 밖에도 도로용 신호등도 신호 전환까지 남은 시간을 표시해 주는 등의 기능이 있지요.

하지만, 이렇게 좋은 신호등이 신호체계 정리 미비(백화점 앞의 도로에도 신호등 같은 거 없어요!)라든가 기타 이유로 인해 실제로는 그닥 잘 쓰이는 물건이 되질 못합니다. 덕분에 프놈펜을 여행하는 관광객들은 필히 차조심 오토바이 조심을 열심히 하셔야 합니다. =_=

- 한국의 출퇴근 시간에 자동차가 길을 점령한다면, 이곳의 출퇴근 시간에는 오토바이가 도로를 점령합니다. 자동차가 원체 비싼 탓에 이곳의 주요 교통 수단은 오토바이가 되는데, 이곳의 오토바이는 한국 가장들이 몰고 다니는 자가용과 정확히 같은, 아니 그 이상의 역할을 수행합니다. 자기 출퇴근용, 가족 여행용(그렇습니다, 이곳에서는 끽해야 2명 탈 오토바이 좌석에 온 가족이 타는 모습을 매일같이 보실 수....), 짐 운반용(몇백 kg은 족히 나갈 각종 짐들도 오토바이에 턱턱 싣고 다니는 걸 보면 두려움을 넘어 경외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하여간 이 곳에 사흘만 계시다 보면 오토바이의 위대한 능력을 절절히 체감하실 수 있습니다 (...)

-전의 글에 잠시 썼듯이 사람들이 대단히 예쁜데(신체 비율들이 다들 나이트 엘프라니까요), 거기에 더해 사람들이 생각 외로 잘 꾸미려고 합니다. 귀걸이는 기본 옵션이고 그걸 두세개씩 하는 사람들도 간혹 가다 보입니다. 심지어는 도시 근교의 빈민촌 여성분들도 장신구로 치장을 하는 노력을 기울이더군요.

-남국의 게이들은 전부 요란스러운 패션들을 좋아하는 모양인지, 이 동네의 게이들도 요란한 복장을 하고 돌아다녀서 쉽게 알아볼 수 있겠더군요. 동행들은 혀를 끌끌 차댔지만 저는 솔직히 그런 모습을 당당히 보일 수 있는 게 여러모로 부럽더군요. (이 동네도 게이 혐오범죄가 일어날 것 같긴 하지만요....)

-높은 건물도, 산도 없는 평평한 동네입니다. 높은 건물들은 최근 들어 발전의 바람을 타고 몇 개가 올라가긴 하지만 정말 몇 개 정도밖에 되지 않습니다. 산은? 세계구급 강이 옆에 붙어있는 도시인데 산이 어디에 있나요(...) 덕분에 프놈펜 외곽으로 조금만 나가도, 논밭 또는 목장으로 채워진 넒은 평원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물론 나무고 뭐고 없는 그런 평야를 보시려면 프놈펜에서 좀 멀리 나가야 하긴 하지만요.

-동네마다 작게, 또는 크게 노점 시장들이 있는데, 제가 가 본 곳은 제 숙소 근처의 동네 시장, 기념품을 주로 파는 T 시장(이름을 제가 기록하지 못해 까먹었네요;;), 그리고 올림픽 시장이었습니다. 동네 시장은 물건들 파는 종류를 빼면 한국의 재래시장 분위기였는데, 특이한 점은 의외로 산 생선들이 시장에 잘 나온다는 점, 그리고 물건 가격들이 억소리나게 비싸다는 점이었습니다 -.- 심지어 열대 지방이라서 쌀 줄 알았던 열대 과일들마저 생각 이상으로 비싼 가격으로 파는 걸 보고 약간 데미지를 입었습죠. 물론 흥정을 좀 하고 나면 적당히들 다 깎아주긴 했지만.
(사실 캄보디아의 경우는 크메르 루주의 삽질 이후로 경제가 제대로 발전을 못 해서 대부분의 물자를 수입하는 처지라 물가가 좀 비쌉니다. 이 곳에서 볼 수 있는 절대다수의 공산품들은 실은 이웃 국가들에서 수입해 온 물건들이죠.)

T 시장의 경우는 한국의 남대문 시장과 다소 비슷한 분위기였는데, 힌두교와 불교 양식이 짬뽕된 듯한 19금 불상 모형들부터 최신 미드 DVD 까지 벼라별 것들을 다 팔고 있습니다. 이 곳 또한 흥정의 기술이 좋아야 물건들을 잘 살 수 있는데, 이 곳 상인들은 외국인들 상대를 많이 하다 보니 흥정 스킬이 높아서 가격 깎기에 애로사항이 꽃을 핍니다;;

올림픽 시장은 좀 낡은 걸 제외하면 동대문 시장 분위기인데(주로 파는 물품들이 옷 종류라 더 그런지도), 의외로 던전의 자질이 있어서 길을 잃어버리면 길을 찾기가 좀 난감합니다. 길들은 무진장 좁지, 파는 물품들은 다들 너무너무 비슷하지... 물론 가운데가 비어 있는 구조이기 때문에 어떻게든 돌아다니다 보면 나가는 길은 찾으실 수 있습니다만.

-프놈펜을 여러 군데 돌아본 건 아닌지라, 일단 프놈펜 이야기는 이 정도로 줄입니다. 이제부터는 제가 캄보디아에서 먹었던 벼라별 괴식들과 그에 따른 안구에 습기차는 에피소드를 보실 수....(...)



2. 곤달걀 먹다가 입에서 병아리 다리뼈를 느껴 보신 적 있습니까?



- 방금 전에 괴식 운운하면서 겁을 주긴 했지만(...), 사실 캄보디아 음식들이 그렇게까지 맛이 없었다거나 무시무시한 음식들이었다거나 하진 않았습니다. 프놈펜 근교에서 봉사활동을 할 적에 먹곤 했던 커리볶음 닭은 약간 비린맛이 나긴 했지만 적당히 고소하였고, 갈비 덮밥은 기름기 없이 담백해서 한국 것보다 먹기가 더 좋았습니다. 그리고 과일들도 가격이 비싸서 그렇지 다들 괜찮았고요. (두리안은 특유의 썩은 싱크대 향이 걸리지만 워낙 맛이 좋으니 괴식 분류에선 제외합시다. 솔직히 메이지 카카오에 비하면 두리안의 향은 아무 것도 아님)

그러나, 몇몇 음식들만큼은 괴식이라는 단어로밖에 형용할 수 없는 맛들을 제게 선사했습니다....

-스케줄에 여유도 있고, 결혼 당사자와 저희 멤버들과 간접적인 연줄도 있고 해서 겸사겸사 들르게 된 지역 유지의 결혼식. 이 동네의 결혼식은 일반 하객들에겐 출장형 고급 레스토랑으로 여겨지는데, 이곳에서는 하객들을 최대한 많이 받는 게 집안 체면살리기에 도움이 된다는(그리고 저희 같은 외국인을 받는 건 특히나 집안 체면에 도움이 된다네요) 사고를 갖고 있기 때문에, 아침부터 저녁 늦게까지 하객을 '받고 먹이고 축의금 받고 보내고 다시 받고 먹이고...' 식으로  결혼식을 돌리기 때문이죠. 아무튼 그러한 연유로, 저희는 '아는 사람의 아는 사람의 아는 사람'이면서 캄보디아 결혼식에 방문하는 기회를 잡았습니다. 덧붙여 캄보디아에서 주로 먹는 고급 음식들도 먹을 기회를 얻은 거죠.

처음에 나온 애피타이저들은 사실 입맛에 그럭저럭 맞았습니다. 두 번째로 나온 새우 샐러드도 약간 달착지근하긴 했지만 맛이 있었고요. 그런데, 세 번째로 나온 메뉴인 바다생선 찜을 보면서부터 저의 기대는 불안으로 슬슬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아무리 봐도 민물생선으로 보이는 모습에, 향조차도 전형적인 민물생선에, 맛조차도 전형적인 민물생선. 애초에 민물생선 같은 걸 좋아하지 않는 저니만큼, 그 요리만으로 끝났다면 단지 음식 취향의 차이로 넘기고 말았겠지만, 다음으로 나온 느끼하기 이를 데 없는 새우 조림을 입으로 가져가고 있자니 이제는 슬슬 뭔가 건너선 안 될 강을 건넌 것 같은 느낌이 옵니다.

그렇게 제가 전전긍긍을 하면서, 눈물을 뿌리면서 음식들을 먹고 있는 와중에, 신선로 비슷한 곳에 담겨오는 매운탕 비슷한 물건이 나옵니다. "드디어 느끼한 음식들을 안 먹을 수 있어!ㅜㅜ" 하면서 저는 그 해물탕을 한 모금 들이켰는데.....

...구수합니다. 근데 된장국이나 청국장국 같은 음식들의 묵직한 구수함이 아닌 뭔가 붕 뜨는 구수함입니다. 그것도 엄청나게 강한. 거기다가 약간의 매운탕 맛까지 섞이니, 이건 제 문장 구사력으론 감히 표현을 못 할 기묘한 맛으로 제 혀를 유린합니다. 결국 저는 그 자리에서 캄보디아 음식에 더 도전하는 것을 잠시 중단하기로 했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 맛이 코코넛 말린 걸 넣어서 만든 맛이란 걸 알았을 때, 제가 밭은 충격은 이만저만한 게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위에 열심히 적었던 결혼식 괴식들도 곤달걀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었습니다.

- 간만에 숙소에서 김치 삼겹살을 배불리 먹고 난 후, 저희가 묵던 숙소의 주인 아저씨께서 "캄보디아에서는 이 음식을 먹어봐야 돼"라고 하시면서, 어딘가에서 달걀들을 왕창 가져오더라구요. 그 때까지만 해도 아무것도 모르던 저는 아저씨가 이 동네 특유의 삶은달걀 조리법으로 만든 요리를 가져왓거니 했는데, 제 메이트였던 A모 누님은 그 물건이 뭔지를 알아차리시고 나한상보다도 더욱 무섭게 찌푸린 표정을 짓더군요. 어째서 그렇냐고 물어보니, 그 누님은 제게 평생 잊지 못할 답변을 해 주셨습니다.



" 저건 반쯤 부화 준비가 된 병아리를 알째 삶아서 만든 요리란 말야!"



...... 그 말을 듣자마자, 제 식욕은 낙하하는 운석보다 빠르게, 모 국의 대통령이 모 나라를 말아먹는 속도보다 빠르게 사라져 버렸습니다. 제아무리 제가 닭들을 애정하고, 닭에서 나온 물건들은 닭똥 빼고 다 먹지만서도, 병아리 그것도 반쯤 부화한 병아리 삶은 걸 아무 준비도 없이 먹으라 하니, 생리적 거부감이 너무 심해서 도저히 먹을 엄두가 안 나는 겁니다. 그래서, 저 또한 그 음식을 거부하려고 했었습니다. 하지만 아저씨는,

"남자가 돼갖고 그거 못 먹음 쓰나? 일단 닥치고 먹어!"

하면서 그 삶은 곤달걀을 제 입에 집어넣습니다. 어떻게든 눈 딱 감고 씹어보니, 일단 상상한 것만큼 최악의 맛은 아닙니다. 그냥저냥 삶은 달걀 맛이 느껴집니다. 그래서 저는 용기를 더 내어 한입에 곤달걀을 집어넣습니다. 그 길이 어떤 재앙을 불러일으킬지는 아무 생각도 없이. 그리고, 재앙은 참 야속하게도 빨리 찾아왔습니다.

그 재앙이 뭔고 하니, 하필이면 제가 씹은 곤달걀에 반쯤 성장한 병아리의 다리뼈가 걸렸던 것이었습니다. 그것도 하필이면, 조금만 건드려져도 제 구토기를 불러오는 혓바닥 뒤쪽에. 어떻게든 토악질 기를 참아내면서 그것을 해치우려고(삼켜보려고) 발버둥을 쳤습니다만, 결국 제 노력은 헛되었고, 저는 결국 구토기를 이기지 못하고.....온 집안에 붉은 김치국물+위산액을 흩뿌렸습니다. ㅠㅠ

하여간 그런 걸 먹다가 그 고생을 하고 나니, 한국에서 먹는 음식들이 얼마나 감사한지를 모르겠습니다.... 제가 그 나라에서 살았다면 사흘이 멀다하고 토했을지도 ㅠㅠ



3. 너는 그저 하루하루 펌프질하는 기계일 뿐이지!



- 지금까지 먹다 토한 이야기만 오질나게 길게 써댔지만(...) 제가 이번에 캄보디아를 방문했던 목적은 일차적으로 그 지역 아이들에게 자원 봉사를 해 주는 것이었죠. 지금부터는 그 이야기에 대한 글들입니다.

-자원봉사라고 해서, 흔히 생각하는 의료 구호활동이나 이런 쪽의 일은 아닙니다. 일단 저 자신부터 그런 쪽의 스킬이 있지도 않고, 저희 자원봉사의 중점 목표도 그 쪽은 아니었고요. (다만 지역 아이들의 위생을 위해 목욕을 시켜주는 등의 일은 햇습니다.) 저희 자원봉사의 중점적인 목표는, 미술 등을 통해 지역 아이들에게 문화 체험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었습니다.

그것을 위해, 저희가 가장 심혈을 들였던 건 지역 유치원의 내벽에 벽화를 그려주는 것이었습니다. 주변 환경으로 인해 미술을 체험할 수 없는 그 아이들을 위해, 저희가 벽화를 그려서 그 아이들이 그림을 감상하게 해 주고, 그로서 그 아이들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치유해주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물론 저를 포함한 미술 아마추어들이 몇몇 끼어 있던 탓에 퀼리티는 다소 낮아졌지만, (사실 단체 작업을 하면 어쩔 수 없이 퀼리티가 낮아지긴 합니다만;;) 최선을 다해 그린 덕에 그런대로 주변 환경에 어울리는 꽃밭 그림이 나와 줬고 그곳의 아이들도 매우 좋아하는 모습을 보여주더군요. 덧붙여 그림을 본 아이 부모님들과 선생님들도 저희 그림을 좋아해 줬고요.

과연 그 그림이 얼마나 오랫 동안 지역 아이들의 마음을 만져줄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벽화를 그려 준 사람의 욕심으로서는 그 아이들이 성인이 될 때까지 그 그림이 아이들 마음에 남아 ㅈㅝㅅ으면 좋겠습니다.

-사실 주요 활동이었던 (?) 벽화 그리기는 그닥 힘들지 않았습니다. 이틀 내내 페인트질을 하기는 했지만 날도 마침 아주 덥지 않아줬고 먹을 것도 제때 잘 먹어가며 할 수 있었으니까요. 정작 정말로 힘들었던 건, 도합 세 자릿수에 달하는 머릿수를 자랑하는 지역 아이들 전부를 모조리 씻기는 작업이었습니다. 그것도 한나절 안에. (....)

떼거지로 밀려들면서 옷을 아무데나 벗어제끼고, 목욕시키기를 시작하려는 저희 주위를 세 겹 네 겹으로 겹겹이 포위하고, 거기서 서로 먼저 하겠다고 밀쳐대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저는 순간 저글링 대부대를 홀홀단신으로 막아내는 질럿의 심정이 이런 것이겠구나 하는 쓰잘데기 없는 생각마저 하게 되었습니다.

더 눈물겨운 건, 네. 소제에도 달았지만 물이 다 떨어질 때마다 펌프질을 해줘야 하는 것이었습니다(...) 동네의 유일한 수원인 우물물은 오직 수력 펌프로만 작동을 하는데, 그걸 1분 동안 총력을 다해 펌프질을 해도 아이들 세 명을 씻길 물밖에 나오질 않으니, 저는 아이들을 씻기면서 펌프질을 하고, 또 씻기면서 펌프질을 하고, 또 또 또 펌프질을 해야 했습니다. 그야말로, 저는 하루하루 펌프질하는 기계였던 것입니다(....)

그러나 진심으로 눈물겨웠던 건, 그렇게 고생하면서 씻겨 놓은 아이들이, 반나절도 안 되어 씻겨주기 전의 꼬질꼬질함 버프를 어디선가 또 얻어왔다는 것입니다(....) 원체 지역 환경이 깨끗함과는 거리가 먼 곳이라고 해도 (도시 근교 빈민촌들이... 다 그렇죠. 흑.) 그렇게 금새 손발이 더러워져서 오는 걸 보면...아흑. 그저 눈물이 앞을 가리더군요.

그 래도, 씻겨주고 난 뒤에 즐거워하면서 자기 옷을 찾아 입는 아해들의 모습을 보면 그 순간만큼은 피로가 확 가시더군요. 자원봉사 활동을 하고 온 사람들이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 중 하나가 '내가 주러 왔다가 외려 받는 게 너무 많다'인데, 아이들의 미소를 보고 나니 그 말이 어떤 의미였는지를 단박에 느낄 수 있겠더군요.



4. 마치며...



-캄보디아에서 봤던 중요한 구경거리라든가, 그곳에서 있었던 에피소드에 대한 이야기는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무슬림 마을 이야기는 별다른 쓸 거리가 없기도 하고 개인적인 사정도 있기에 생략합니다)

-전반적으로 이런저런 제약 때문에 흥미로운 곳들을 많이 탐험해보지 못한 건 아쉽긴 하지만, 그래도 충분히 즐거웠던 여정이었습니다. 특히나 한국에서는 절대 볼 수 없고 먹을 수 없는 것들을 많이 접해 본 게 제일 좋았죠. 이래서 사람들이 여행, 여행을 이야기하는구나 싶었습니다. 그래도 다음 번에는 반드시 앙코르 와트를 들러볼 겁니다! (ㅠㅠ)



ps. 캄보디아, 특히 프놈펜 시내를 여행하실 때의 간단한 팁: 여행을 할 때는 다른 건 몰라도 수통과 휴지는 늘상 상비하세요. 물 사정이 좋지 않아 물은 가급적 생수로만 드셔야 하고(얼음은 당연히 드시면 안 됩니다), 화장실에 휴지를 비치하는 데가 도통 없기 때문에 건강한 용변생활을 위해서는 휴지가 필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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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bloomfield 트랙백 0 : 댓글 0